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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 누벨 바그 - 上Movie/영화 이야기 2018. 3. 18. 23:22
극장 혹은 집에서 영화를 본 뒤, 단편적인 감상에 끝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수준의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누벨 바그' 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말이어도, 애지간한 영화 몇편을 논평한 영화 평론가들의 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용어이다.
흔히들 떠올리는 누벨 바그는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등지에서 보여지는 다소 괴팍한(?) 영화들이다. 배우가 대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카메라를 뻔히 바라보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의 영화이다.
일반적으로 누벨 바그에 대해 가진 그러한 이미지들은 얼추 맞는 말이다. 굉장히 압축해서 표현하자면, 누벨 바그라는 영화용어는 '주류에 반하는 영화' 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용어는 약 반세기 전에 프랑스의 한 기사에 의해 등장한 말이다. 역사가에 의해 나중에 덧붙여진 표현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그 기사가 무슨 내용이었길래 그리도 파급력이 컸던 것일까? 한 번 시간을 거슬러서 올라가 보자.거..저.. 내가 시네마 테크라는 걸 만들어 볼까 하는데 말이야..
1936년 9월 9일, 앙리 랑글루아 (Henri Langlois)라는 사람이 프랑스에서 시네마 테크를 설립한다.
이 시네마 테크라는 게 무엇이냐 하면, 이전까지는 영화가 개봉하면 그 자리에서 본 뒤에 그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일반 관객 입장에서 말이다. 바로 그 시절에 랑글루아라는 사람이 태동시킨 기관이 하나 있다.
랑글루아는 개봉했던 영화들을 한 곳에 모아서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들을 기록하고 보관하여 일반인에게 상영을 가능하게 했는데, 이게 바로 시네마 테크이다.
이 시네마 테크가 생김으로 인해서,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기존의 영화 전문가는, 필름을 직접 보유하고 언제든지 되돌려볼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만 오를 수 있는 경지였다.
하지만 시네마 테크가 생기자, 영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격 요건' 이라는 게 사라지게 된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이제부터는 누구나 영화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영화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평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전에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영화 전문가들이 점점 불어나게 된다. 시네마 테크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평론가들이 무수히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대의 알려진 평론가 중 가장 대부격인 인물은 바로 앙드레 바쟁(André Bazin). 이 사람이 바로 '누벨 바그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사람이다.영화 비평의 선봉장, 카이에 뒤 시네마
왜 앙드레 바쟁은 '누벨 바그의 아버지' 일까?
그것은, 바쟁의 제자들이 바로 '누벨 바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네마 테크가 설립 된 후, 여러 젊은이들이 좋은 영화를 찾아서 보기 위해 극장에 모여든다. 그 젊은이들은 각각 손에 인류학 서적, 경제학 서적, 철학 서적 등을 들고 있다.
이 청년들의 이름이 바로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이런 친구들이다. 훗날 누벨 바그의 주역들이자 누벨 바그 그 자체이다.
극장에 모인, 이 지적이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바로 영화를 사랑하는 '씨네필' 1세대 들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혈기왕성하고 지적인 영화광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모였다.
게다가 이 당시는 (물론 아직 68운동이 일어나기 전이었지만) 유럽 전역, 특히 프랑스 전역에 분포한 젊은이들 사이에 혁명적인 분위기가 새롭게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런 젊은이들이 좋은 영화 보자고 모였는데, 당연히 엄청난 지적 토론이 벌어졌을 것이다.
옛날 영화, 요즘 영화 가리지 않고 이 친구들은 닥치는대로 영화를 먹어치웠다.
마구마구 영화를 비평하고 탐닉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학문적이고 지적인 토론을 주고받던 젊은이들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라는 영화 잡지의 대표 평론가들이 된다.
당대 최고의 영화 언론사에서 최고 권위의 평론가가 된 그들은, 기존 할리우드 방식의 영화가 주류가 되는 것에 강한 반발심을 가진다.
항상 똑같은 연출 방식에, 상업적 흥행을 위한 영화는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참 단순하면서도 멋진 생각을 한다.
"그럼 우리가 만들지 뭐!"누벨 바그의 돌격대장 프랑소와 트뤼포
프랑소와 트뤼포가 남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단계는 두 번 영화를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힙합가수도 아닌 이 비평가는, 언행일치가 뭔지를 몸소 보여준다.
동료 비평가중에 가장 빠른 움직임으로 영화 제작을 실행한다.
그렇게 만들어 낸 영화가 바로 저 유명한 [400번의 구타].
[400번의 구타]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평단의 칭찬을 받는다.
흥행에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낸다. 하지만 [400번의 구타]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관습을 벗어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의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매끄러운 영화 한편을 만들어 냈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래서 프랑소와 트뤼포는 진정한 '누벨 바그의 신호탄' 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이 양반은 누벨 바그의 대표적인 감독이라기 보다는, 누벨 바그 사단의 인물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다.
이 영화를 누벨 바그다 아니다 규정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어쨌든
트뤼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누벨 바그 운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뒤이어 영화를 개봉시키는 트뤼포의 친구들이 외친다.
"내 영화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봐라, 이게 바로 누벨 바그다."'Movie >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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