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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이야기 : 스펙터클 vs 내러티브 - 下
    Movie/영화 이야기 2018. 3. 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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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스펙터클과 내러티브는 뤼미에르와 멜리에스를 스타트로, 어떻게 현재까지 오게 되었을까?

    초기에 단지 '단순한 볼거리' 로서의 영화였던 영화는, 전시적인 측면만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적으로 쳐다본다거나 하는 "영화 속 세상(디 에게시스)"의 범주를 벗어나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런 개념은 다른 예술같은 '정극' 이라기 보다는, 시장바닥의 볼거리에 훨씬 가까운 형태였다. 원래 초기의 관객들도 영화의 내용보다는 기계 자체에 흥미를 가졌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에드윈 S.포터의 대표작, 대열차 강도의 한 장면.



    초창기의 선구적인 영화 감독중에 에드윈 S.포터(Edwin Stratton Porter) 라는 감독이 있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대열차 강도 (The Great Train Robbery, 1903)]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 초창기의 내러티브와 스펙터클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당시로서 매우 획기적인 클로즈업이라는 기법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된 클로즈업은 내러티브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근래에서의 클로즈업은 다방면으로 자주 쓰이는 기법이지만, 당시에는 그저 "어흥!"의 용도에 지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화면이 갑자기 확대되면서 인물이 더 크게 보이는 클로즈업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볼거리였을 것이다.

    이런 사실들에서 알 수 있듯, '단순한 볼거리' 형태의 초기영화는 내러티브 보다는 스펙터클의 형태에 더 의존했었다. 영화의 에너지를 내러티브나 개성의 창조에 사용하지 않고, 관객을 향한 "어흥!"에 사용하였다.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계적 흥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제 '쇼' 보다는, 영화에서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현대영화 문법의 설립자 그리피스.



    그런 시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사람이 D.W. 그리피스 (D.W. Griffith)이다. 영화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뤼미에르에 버금가는(어쩌면 그 이상) 위상을 가진 인물이다. 현대적 영화문법의 초석을 다진 사람으로 평가되는 인물.

    그리피스가 높게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라는 매체에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것 때문이다. 초기영화의 막바지에서 영화는 내러티브의 통합이 진행 중이었고이는 당시의 영화에서 일부분 보여진다. 그리피스는 그 기간에, 잘 다듬어진 내러티브를 제대로 사용한 첫 번째 감독이었다.

    그리피스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 1914)] 에서 바로 그 내러티브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작품. [국가의 탄생]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남북의 대립 이전부터 친교를 갖고 있던 북과 남의 훌륭한 두 백인 가문의 스톤맨가와 카메론가의 가족들이 남북 전쟁을 전후로 하여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 치열한 삶과 죽음의 곡예,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대립과 의식의 변화과정을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사실적으로 촬영한 영화이다. ('네이버 영화' 인용)

    사실 이 작품은, 당시에는 영화 내용의 인종차별 논란 때문에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던 영화이다. 그럼에도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였고, 영화라는 작품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강하게 심어준 사실상의 첫 영화였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들과는 별개로, 국가의 탄생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내러티브의 통합' 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열차 강도]와는 다르게 이 영화에서는, 영화에 쓰이는 기법이 모두 '내러티브'를 위한 것이었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내용의 긴박감을 위해 교차편집을 사용한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모두 최초라고 볼수는 없지만, 진정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게다가 이 영화는 대규모 전투씬을 통해, 엄청난 스펙터클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리피스의 초기영화 이후, 과도기의 기간에서 영화들은 내러티브화된 문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그리피스는 스토리를 나레이션 하고, 디 에게시스적 우주를 창조하며 영화의 고전적 내러티브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볼거리'의 체계는 사라지지 않고 대중적 영화제작의 본질적 부분 중 하나로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그게 '스펙터클'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러티브와 스펙터클의 뿌리는 같다는 이야기이다. 서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서로를 이용해야 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위에서 언급한 클로즈업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클로즈업은 분명 내러티브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에 따라오는 '스펙터클'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흔히들 영화를 이야기 할 때 "그 영화는 스토리가 별로던데, 너무 때려부수는 장면만 많더라고" 
    혹은, "그 영화는 스토리 진행방식이 좋긴 했는데, 너무 따분했어" 라는 둥의 의견으로 갈라지곤 한다. 

    하지만 내러티브와 스펙터클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우리는 그 상황에서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짜로 이렇게 말한다면 밥맛 취급 당하기 딱 좋지만.

    "스펙터클이란 건 말이야, 사실 내러티브의 연장선이거든. 둘을 떼어놓고 말하는 건 불가능해. 너네가 싸울 문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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